Yinan 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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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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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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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 온지 한달 반이 넘었고 거의 두달이 되어간다. 
나는 계속해서 한 발로 서서 중심을 잡으려는 느낌이다. 
요가를 드문드문 오래했지만 지금까지도 가장 못하는 것 중 하난 균형을 잡는 일이다. 나무자세, 
한발로 서서 정수리는 하늘로 한발은 다른 허벅지에 놓고 한 발로 땅을 움켜쥐고 나무처럼 단단히 서는 자세. 
나는 그걸 제일 못했는데 이곳에서 그런걸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도 모르게 오랫동안 뿌리내렸던 곳에서 자의지만 다른 곳에서 아직 여물지도 않은 뿌리로 서있으려 한다. 
아직도 낯선 언어는 살갗에 닿지 않고 손에 쥔 모래처럼 사라지기 일수다. 익숙하지 않은 것과 미끄러지는 말을 조건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고있다. 
수많은 낯선 것들 중 이상스레 위안이 되는 것은 버드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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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여름 아빠와 차를 타고 가며 버드나무가 줄지어 심어져있는 도로를 지난 적이 있다. 
아빠는 소나무와 버드나무를 같이 이야기하며 버드나무는 순해서 벌레들이 많이 산다고 했다. 소나무는 그 반대라고 했던가. 버들이는 더구나 물가에서 살아 여러 곤충도 주변에 많다고 했던가. 
아빠가 버드나무의 성정을 순하다고 정의한게 의외였고 그가 그런 표현을 하는 것이 생경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여 오래토록 자주 곱씹은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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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의 물가엔 버드나무가 많다. 하나같이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바람에 몸을 맡기는 모양새다. 
어느날은 그 모습을 그저 오래토록 보고있다. 어떤 것의 모양새가 위로가 되는 것은 참 놀라운 것이다. 
나도 버들이처럼 바람에 몸을 맡긴 모양새로 그렇게 이곳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 
내게 오는 것이 무엇이든 다 껴안고 싶다. 버드나무 같은 모양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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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has been more than a month and a half since I came to the Netherlands ; soon it will be two months. 
I keep feeling as if I am standing on one leg , trying to find my balance. 
I have practised yoga on and off for a long time, but balancing is still one of the things I do worst.
Tree pose: standing on one leg , the crown of the head reaching toward the sky , one foot resting on the other thigh , the other foot gripping the ground , standing as firmly as a tree.
It was always the pose I was worst at, and here it feels as if that is what I am doing. 
Of my own choice, yet almost without knowing it, I have left the place where I was rooted for so long , and I am trying to stand somewhere else on roots that have not yet ripened.

The unfamiliar language still does not reach my skin; more often than not, it slips away like sand held in my hand. 
With the unfamiliar and with words that keep slipping away as my conditions, I am looking for what I can do.
Among all these unfamiliar things, what strangely comforts me is the wi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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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summer long ago, I was driving with my dad, and we passed a road lined with willow trees.
He talked about pine trees and willows together, and said that willows are gentle, so many insects live in them. 
Did he say pine trees are the opposite? And that willows grow by the water,  so many kinds of insects gather around them as well?
It surprised me that my dad described the nature of the willow as gentle. It felt unfamiliar,  and also beautiful , to hear him speak that way , and for a long time I often turned that conversation over in my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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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 there are many willows by the water. 
Every one of them lets its long hair hang down and gives its body over to the wind. 
Some days, I simply stand and watch them for a long time. How remarkable it is that the shape of something can be a comfort.
Like the willows, I want to spend my time here in that shape, giving myself over to the wind.
Whatever comes to me, I want to embrace it all. In the shape of a wi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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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8. 25

긴 시간, 나는 나였다가, 또 나였다가, 충분히 나였다가, 혹은 나인 줄 알았다가 '내가 되지 않는 꿈'을 꾼다. 
자연인으로서도 창작자로서도 그렇다. '진정한' 내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얼마나 안심이 되나. 얼마나 해방적인가. (. . . .)
미적지근하니 힘 빠진 득도가 아니라 치열하게 사수할 무지. 그 사이 세상은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나 나는 내게 새로 생긴 이 꿈을 좀더 길게 꿔보고 싶다. 
밥과 꿈을 너무 높이지도 그렇다고 낮추지도 않으면서. 내 부모처럼, 잇사이처럼, 당신처럼 

​21p , 내가되지 않는 꿈 , 김애란 



2026.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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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모자를 쓴 할아버지가 나를 뚫어지게 처다봤다. 
모른척 다른 곳을 계속 보고 있었는데 관자놀이가 따가와 견디기 어려울 때 즈음 할아버지를 힐끔 봤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할아버지 왈 다들 토생이 하나씩 가방에 있는데, 왜 네 가방에는 토생이가 없나? 무슨말인지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봤는데 갑자기 앞사람 가방에 달린 키링을 만지작 거리면서 '토생이 말이야 토생이 요거'라고 하셨다. 
빨간 모자 때문인지 알아듣지 못할 단어때문인지 지레 겁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뭐라고 대답을 잘 해드리고 싶은데  갑자기 이 가방에 말고 다른 소지품 곳곳에 달린 귀여운 내 키링들을 자랑하는 헤비 빅 토크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까봐 싱글싱글 웃다가 다음역에서 할아버지가 내리며 스몰토크로 끝났다. 
가방에 든 지갑에 달린 문석희가 선물로 준 키링을 만지작 거리며 생각했다. 할아버지가 다른모자를 쓰고 있었음 
더 편안하게  사근하게 이야기 나눴을까?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 가방에도 토생이 없었던거 같은데......




202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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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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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이 바쁜 몇달이 갔다. 밀도 높은 이 시간의 조각을 간직하기 위해 조금이나마 적어보고 싶어졌다.

엄마가 말하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어서, 그리고 불안정한 삶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지만 
미술하는 자아를 지키고 싶어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동시에 결혼을 준비한다. 그와 동시에 학교 졸업심사를 거쳤고 
AI 기술에 관한 전시에서 강아지들의 걸음으로부터 출발한 퍼포먼스 그림자 산책을 참여자 분들과 함께 퍼폼했다. 

지난 몇달의 매일을 상세히 기록했다면 좋았을 텐데 일과를 마치고 집에와서 바쁘게 잠을 청하는게 우선이라 
소중한 기억들, 때론 강렬하고 냄새나는 기억들이 많이 휘발되어 아쉽다. 그럼에도 기록하자면 

퍼포먼스는 우연과 즉흥을 모두 껴안는 일이라 했는데, 나는 내 자신이 모르는 누군가와 함께 만드는 
온통 우연과 즉흥인 그 시간을 사랑한다 생각했는데 그 시간에는 언제나 불안이 따라 붙는 다는 것도 
새삼 다시 알게 되었다. 

퍼포먼스 참여자 모집을 공지하고, 참여를 기다리는 순간부터, 
함께 걷는 당일 참여자를 기다리는 시간의 1분 1초가 모두 긴장과 불안이었다. 나의 불안을 똟고 어느새 나타난 
함께 한 모든 얼굴들이 떠오른다. 가족의 도움도 있었다. 멀리서 병원을 가려고 온 부모님이 
처음으로 작업에 참여했고 중년의 아주머니들, 아저씨도 참여했다. 짝꿍도 함께 했다. 

퍼포먼스가 끝나고 처음만난 이들과 함께 차를 마실 수 있어서 참 따뜻했다. 흔쾌히 함께 이 일을 준비해준 동료에게도 고마왔다.
소리와 걸음에 대해 생각을 나누어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어렵게 함께 걷는것이 얼마나 값진지 알게되었다는 말도 
무엇과도 바꿀수 없이 소중한 응답이었다.  작업을 하며 누군갈 어떻게든 만나고 싶고 닿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부름과 동시에 응답을 받은 것 같았다. 

졸업심사를 봤고, 통과했다. 드디어 졸업한다! 
2018년에 어떻게 학교를 들어갔는지도 모르게 미술을 하게 되었다. 내가 하는게 미술인지 무엇인지도 모른채 입시 원서를 넣었는데 
뭔갈 만들고 위로하고 유희하는 내 마음을 알아 본 선생님 덕에 미술을 알 수 있었고 아직도 알아가고 있다. 

학부에서 미술을 하지 않았기에 미술에서 말하는 수많은 기호와 상징과 역사와 작업의 작동원리를 작업에서 드러내는 것에 
꽤나 많은 애를 먹었다. 그렇지만 동료에게 배우고, 미술관에서 배우고, 때론 길에서 때론 집에서 그냥 아직도 계속 배운다. 
나한테 뭘 만들고  보여주는 일은 아직도 어려운 일이지만 이 것 말고는 무엇을 해야할지 알 수 없다. 



2025.02.27

엄마집에 갈 때마다. 기억이 사라지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 이야기들은 밥을 먹으며 들어 그런지 내 몸 어딘가를 돌아다니며 오랜시간 나의 구석구석을 
후비고나서야 겨우 잊혀질까 말까한다. 

기억이 사라지는 노인들은 같은 말을 몇번이고 반복하는데, 모든것을 잊어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몸에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엄마의 일은 그들의 반복되는 말을 차근히 듣고 그래서 진정 하고싶은 말이 
무엇인지 끝까지 들어내는 것이라 했다. 

어떤 이들은 선명한 기억과 인지보다 서둘러 나이들어버린 몸에 살기도 한다고 했다. 
하고싶은것,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자신의 몸은 머리의 말을 듣지 않는다. 

수 많은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이 알고, 겪는 세계가 궁금해진다. 
언젠가 내가 더 이상 무언갈 기억할 수 없을 때 마지막으로 내 몸에 남는 말은 무엇일까? 
내가 더 이상 계단을 두어개씩 훌쩍 뛰어 넘을 수 없을 때 내 세상은 무엇이 될까. 

기억은 몸에 남은 것일까? 몸으로 감각할 수 있는 세계가 줄어들면 기억도 줄어드는 것일까. 
 



2024..09. 30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해 자랑하리니 …이는 내가 약한 그때의 강함이라.” 
,고린도후서 12장

봄이 오고 여름이 간다 어쨌든 여름은 가고 가을이 왔다. 그리고 겨울이 온다. 
생의 주기를 걸쳐 늘 경험했던 여러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이내 잊혀지고 나는 지금의 감각만을 생생히 느낀다. 
추운 겨울에 여름의 감각은 너무나 둔하고 아스팔트가 녹을만큼 뜨거웠던 여름에 짚어보는 겨울 또한 아득하기만 하다. 
나는 나의 감각을 토대로 세상을 인지하고 세계를 구축한다. 
견고해 보이는 나의 세계는 겨울에 떠올리는 한여름만큼이나 희미하고 연약하기 그지없다.
 희미한 몸이 기억한 세계는 종종 어긋나고 실패한다. 그러므로 수많은 실패한 말들이 있다. 가 닿기를 염원하다 사라지는 말들도 있으며
 출발했어도 도달하지 못한 말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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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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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산책길에 연두색 감을 주웠다. 초록색 반점이 사랑스럽다. 
감이 익고 떨어지는 걸 보니 여름이 가고 천천히 가을이 오려나보다.